넉 달 전, 큰오빠가 전화를 하셨다. “3년 전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더니 어떻게 되었니?” 다시 자격증을 딸 의사가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간병을 해보니 치매나 섬망이 있는 분들은 수술을 한 직후에도 집에 가겠다고 침대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있으니 다칠까봐 늘 염려가 되었다. 낮 시간에는 지켜보면 되지만 한 밤중 자고 있을 때 사고가 날까봐 늘 조마조마하던 터라서 직장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조심스럽게 권유하는 듯한 뉘앙스의 큰 오빠 말에 용기를 내어서!
6년 전, 시어머니를 간병하던 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 후 사회복지사에도 도전하였는데 내 나이가 취업의 문을 쉽사리 통과할 것 같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었다. 이런 상황이라 수소문하여 라인원격평생교육원에 바로 등록을 하였다. 낮엔 간병을 하고 밤에 강의를 들은 후 중간고사를 보았는데 몇 과목은 성적이 아주 낮았다. 그래서 기말고사가 있는 12월은 간병을 하지 않고 공부를 하였다.
사회복지 법제시간에 헌법 제 34조! 복지권을 보고 전율이 왔다.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국가는 여자와 노인,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이것을 보는 순간 바로 여기다. 100세 시대가 아닌가? 34년의 교직처럼 사회복지에도 보람되게 종사할 수만 있다면 이모작 인생이 될 것이다. 국가의 존속을 위해 국가는 출산에 더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짜내든, 다른 나라의 제도를 응용하든 실효성 있는 출산 대책이 절박하니까! 최근 헝가리의 출산율이 높아졌다는 보도를 보았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대책으로 1년 예산의 10퍼센트 정도를 들여도 출산율이 계속 줄어들고만 있는 현실이다.
여성복지론에서 베버리지 보고서가 나왔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막내동생에게 물어보니 자세히는 모르는데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생각난다고 하였다. "그래 혈육을 나눈 형제자매야 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운명공동체이지!" 라고 생각하며 이해되지 않은 베버리지 보고서를 검색하였다. 그 보고서가 나왔을 당시 영국 서점엔 책을 사려고 줄을 선 행열 길이가 2km나 되었다고 한다. 윌리엄 베버리지는 제 2차 세계 대전 후 영국 복지국가의 토대로 “사회보험과 관련 서비스”를 저술하였다. 그는 궁핍(want), 질병(disease), 무지(ignorance), 불결(squalor), 태만(idleness)을 5대 악이라 하며 이를 퇴치하려고 하였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라는 말을 남기고 84세에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보고서 운용의 원칙 중 여섯 번째, “적용 대상의 계층화”가 여성복지론의 이슈였다. 적용대상의 계층화에는 남성은 가족부양자, 여성은 생계 의존자로 보기 때문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버리지 보고서는 아직까지 “사회복지의 바이블”로 불려지고 있는 훌륭한 논문이다.
지역사회복지론은 중간고사 때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아서 기말고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지역사회복지협의체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지역사회복지계획과 지역사회보장계획! 일곱 용어 중심으로 흐름을 파악하였다. 처음에는 그 말이 그말인 것 같아 혼돈되었지만 사회복지법제론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도움이 되었다.
인간행동과 사회 환경을 공부하며 이제까지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발견하였다. 가끔 IQ가 높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었는데 나는 EQ는 높지만 IQ는 낮다고 생각하였다. 대학교 때 낙제를 여러 번 받고 한 학기 더 다녔기 때문이다. 지금 뒤돌아보니 인문계열 성향인 내가 자연계열을 소화하느라 힘이 들었는 것이 아닐까 싶다. IQ의 기준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추상적인 사고능력, 학습능력이다. 비록 낙제는 받았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과 추상적 사고는 큰 편인 것 같다.
특히 나는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나 개인심리학을 창시한 아들러에게 매료되었다. 남들보다 오래 대학교를 다니며 열등의식을 지녔던 나에게 한 줄기 빛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주장하기를 열등감은 비정상적이거나 부정적인 요인이 아니라 보편적이며 그 부족함을 보상받기 위한 노력의 동기를 제공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받은 동기는 열등을 우월로 가게 하는 원동력이라 하였다.
어떤 심리학자는 행복의 조건을 의미, 몰입, 자원봉사라고 하였다.
현재 나는 묵2동 마을기자단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자원봉사 시간을 늘여갈 계획이다. 수업 시작 전에 생각할 거리인 시나 재미있는 글을 소개해 주신 자원봉사론은 많이 기다리고 고대하는 시간이었다.
사회복지실천 면접론, 사회복지실천 과정론, 과제 중심모델. 클라이언트 중심모델, 권한부여모델, 사례관리 (Case management)를 요약하여 이스라엘의 타보르산에 붙여 놓았다. ‘모세의 십계 돌판이냐?’, ‘성지순례 다녀왔느냐?’ 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 “아니다.”라고 대답하며 꿈보다 해몽‘이란 생각이 들었다.
할 때까지, 될 때까지, 이룰 때까지! 현실엔 길이 없지만 꿈속엔 길이 있다. 내 나이 예순 네 살, 지금이 꿈을 사는 완벽한 타이밍이다. 의료사회복지론, 사회보장론, 사회복지윤리와 철학은 꼭 배워보고 싶은 과목이다. 사회복지에 발을 들여 놓은 후 4개월이 꿈처럼 행복하였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사회복지 향기를 나누고 싶은 내게 동지섣달 하루 해는 짧기만 하다. 모정의 세월(母情의 歲月-한세일)이란 노래가 귓가에 은은히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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